양춘단, 그녀를 통해 본 대학, 그리고 불편한 진실 - 김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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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베여, 춘단이 오늘 대학교 댕겨왔습니다......'
우리가 다닌 학교에서 숨은 자리를 지키던 분들을 한번 쯤 생객해 봤을까?
이 책에서는 대학교에서 미화원으로 근무하며 자신이 꿈꾸던 대학교의 모습과 불편한 진실만을 가득 토해내는 대학교의 모습 속에 조용한 저항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양춘단을 만날 수 있다.
남자들만 교육받던 시절, 춘단의 공부에 대한 열정은 시대적인 배경 속에 뭍혀버리고, 석공의 딸로 동생들을 돌보며 집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떤 춘단. 결혼 후 공부 잘하고 반듯하던 아들을 먼저 보낸 아픔도 간직하고, 고독한 인간에 대한 정의는 제대로 몰랐던 시절 아버지 양호익이 가졌던 아픔을 어렴풋이 공감하는 버거운 기억도 간직한 채 남편의 치료를 위해 고향을 떠나 서울로 향한다.
그런 춘단의 눈을 확 뜨게 만든 곳은 다름 아닌 대학!
시골같지 않아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춘단에게 일거리가 생겨서라기보다는 미화원으로나마 꿈에 그리던 대학교에 간다는 사실이 그녀를 들뜨게 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그녀는 실상을 조금씩 파악하기 시작한다. 대학본부 앞 광장에 놓인 거대한 코끼리상이 가리는 거대한 그림자 만큼이나 어둡고 음침한 현실이 대학에 스멀스멀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은 비단 그때만의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은 꿈을 가지라 이야기 들었을 테고, 삶의 희망이란 걸 배우고 느껴보려 무엇인가에 매진해본 우리들이다.
"요즘 인기가 많은 명사가 학교에 특강을 왔다. 그는 죽을 고비마다 희망을 봤다고 했다. 희망이 작은 불씨를 일으켜 자기를 살렸다고 했다. 그의 고백에 감동받지 않은 사람은 나 하나뿐인 것 같다..."
시간강사로 지내며 교육에 대한 희망이나 열정이 불편한 진실 속에 짓밟히고 내동댕이쳐지던 한도진의 말이다.
그 희망을 무참히 밟아서 춘단의 남편이 애지중지 키우는 닭을 돌로 짓이겨 죽이는 사회..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자부심 한 가닥으로 살아가는 한도진에게 '시간강사인 주제에..'라고 내뱉은 학생과 강의를 배정해준 후 댓가를 바라는 교수..
시급 4800원에서 500원이 깎이자 시위하는 미화원들을 결국 해고해버리는 대학..
이 책에는 이 외에도 우리 마음을 도려내는 슬픈 사실과 그 위에 군림하는 검은 그림자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리고, 조용한 저항의 결과, 작은 망치 두드림이 이루어낸 코끼리상의 붕괴는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했던 것을 일순간 탁 뚫어주는 통쾌한, 그러면서도 우리 작은 사람들은 이렇게밖에 저항할 수 없는 현실에 씁쓸한 기분을 가져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