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문화 제51권 제3호 제417호
(2010년 3월호)
사서교사와 교육과정 그리고 인정 욕구에 대한 단상
송 기 호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 회장 / 한국도서관협회 이사
서울공업고등학교 사서교사
giho7@dreamwiz.com
1995년에 개발된 고등학교용『정보와 매체』그리고 2002년에 개발된 초∙중∙고등학교용『정보와 도서관』에 이어
2009년부터 초등 저(1~3)학년과 초등 고(4~6)학년, 중∙고등학교용『도서관과 정보생활』교과용 도서 4종이 개발 중이다.
학교에서의 교육과정은 교사의 교육적 역할을 가장 단적으로 증명하는 상징이며, 교내∙외 다양한 교육 공동체 구성 간
의 연계와 상호작용의 근간이다. 따라서 학교도서관 현장 중심의 교육과정 개발은 자료 관리자 및 제공자만으로는 더
이상 사서교사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 인식에 따른 것이다.
교사 개인적 측면에서 볼 때, 교육과정은 학생과 함께 시간을 공유하고 혼자가 아니라는 존재감과 학생들로부터 인정
받는 기쁨 그리고 지적, 감성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기반이다. 그리고 배경학문 측면에서는 교육과정 존재 여부와 수업
시수 확보 정도를 통해서 사회적 위상과 영향력을 판가름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학교 교육과정에 포함되는 문화 요소는
인간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학문이나 경험 분야 중에서 사회적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문화 요소와 관련된 권익 집단이
나 공동체의 사회적 권위와 의사결정 능력 참여 정도가 이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사서+교사’의 복합적 역할을 수행하는 사서교사의 경우에도 학교도서관 경영의 핵심 가치와 내용이 학생의 자기주
도 학습능력과 정보활용능력 신장을 위한 독서 교육과 정보활용교육이다. 그러나 컴퓨터 교과의‘정보통신활용교육’,
국어 교과의‘독서’및‘정보 매체’등 기존 교과의 권위는 범교육과정 내지는 통합 교육과정의 성격을 띠는 학교도서관
교육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활용을 위한 활용수업 역시 교과교사와의 협력 내용과 방
법을 선정하는데 필요한 기준으로서 배경학문 공동체가 합의한 교과교육학이나 교과학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뒷받침
이 없으면 교과의 도서관 활용에서 사서교사와 교과교사의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는데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연계
가능한 학습 주제와 학습방법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정보원에 대한 접근성이 다원화되고 정보 관리 및 활용 기술이 일반화 될 수록 사서직의 일부
역할도 전문성 보다는 보편성을 띠고 있다. 학교도서관의 경우에는 DLS(Digital Library System)의 보급 확대, 담당교사에 대
한 지속적인 연수, 공공도서관의 학교도서관 업무 지원 확대 등으로 예산, 시설∙설비, 자료 관리 측면에서 경영 참여 인
력 간 역할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이와 함께「도서관법」과「학교도서관진흥법」에서 자격 유형별 구분 없이 학교도서관
의 일반적 역할을 명시하고 있는 점도 비정규 사서의 확산을 가져온 요인 중 하나이다.
문제는 기존 교과의 권위 확산과 자원 관리자로서의 전통적인 위상 붕괴 현상이 학교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직의 교
수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배경학문 공동체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는 사이 2009년 사서교
사가 없는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과목을 달리하는 3명의 교과교사가 교과 간 연계 주제(통합 학습주제)를 중심으로 도서
관 활용수업을 실시하였다. 이것은 고정 시간표가 갖는 자원기반학습의 적용 한계를 인식하고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통
합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한 협동수업에서 찾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결국 학교도서관의 교과 활용이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는 교과교사 주도로 진행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 셈이다.
상호작용과 전인성 확장을 지향하는 학습 생태계 개념이나 홀리스틱 교육이론 등은 교과와 학교도서관의 연계와 활
용을 굳건히 뒷받침할 것이다. 그리고 교수-학습방법 개선을 열망하는 교과교사를 중심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다. 사서
교사가 이 협동교수팀에 대등한 자격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교과 연계성을 갖춘 배경지식으로서의 교육과정과 교수
자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배경학문 공동체는 학교에 근무하는 사서가 보조직원이 아니라 교육과정을 운
영하는 주류 집단의 일원으로서 대접받는 길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초등학교 사
서교사 16명 중 절반이 이런저런 사유로 휴직 중이다. 과목 교사로의 전과와 다른 관종으로의 전직도 드문 일이 아니다.
희생과 봉사라는 숭고한 가치로서도 해결할 수 없는 개인적 욕구가 인정에 대한 갈망이다. 사서교사가 동일한 학력 수
준과 교원 자격을 가지고도 승진에서 차별받는 현실, 학생들에게 학습 방법으로서 이용교육을 하려고 해도 마땅한 교육
과정과 수업시수 확보가 어려운 현실 속에서 자존과 인정의 욕구를 채우지 못하는 것은 개인의 책임 이상이다. 채용 숫자
의 다과만으로 사서교사의 인정 욕구 충족에 필요한 배경학문의 외면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평생학습사회
에서 도서관이 갖는 사회∙문화적 역할과 사서직이 수행하는 이용교육의 내용이 궁극적으로 평생학습능력인 방법적 지
식임을 고려할 때, 이를 뒷받침하는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활성화는 것은 사서교사에게만 절실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정 욕구는 대등한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지며 자격에 수반되는 기대 역할과 수행 역할의 일치감이 중요하다. 사서
교사의 교사로서의 기대 역할과 수행 역할의 불일치는 학교 공동체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에서 권위의 불균형을 초래한
다. 이 불균형의 해소 방법이 교사 자격을 지우고 사서자격만으로도 학교도서관을 맡도록 하자는 것이라면 문헌정보학
의 문화 요소로서의 가치와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다. 배경학문을 통해서 부여받은 자격을 갖춘 자가 사회 구성원으로부
터 인정받고 자아를 실현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다. 오히려 그 권위를 확장하고 사회적 영향
력을 키우기 위해 관련 집단과 단체로 힘을 모아야 한다.
학교도서관 현장 중심의 교육과정 개발은 기대 역할과 수행 역할의 불일치 속에서 좌절과 불인정을 경험한 자들만의
아우성일 수는 없다. 도서관의 교과 연계성 확장과 수업시수 확보 그리고 협동수업을 통한 교육과정 적용은 이후에도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 과제 해결을 위해서 늘 인정받고 존경받는 위치에서 사서교사의 인정 욕구를
배경학문의 책임 보다는 개인적 역량으로 미루는 이질감이 제거되길 기대한다. 인정 욕구 충족에 필요한 요소를 함께
가려내고 이를 자질과 역량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학계의 스승이 많아지길 소망한다. 다양한 생각과 방법을 접목하여
관종별 그리고 사서 자격별 다양한 교육과정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다른 문화적 요소의 권위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굳
건한 동반자로서의 도서관계를 열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