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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교육이 진화한다도서관은 문화의 샘터… 수업·축제 등 활용 다양직접 책 쓰고 감상 공유하기 등 이색 독후활동 활발글_ 박길자 기자 초·중·고 독서교육이 예년과 확연히 달라졌다. 독서가 인성교육의 기반이라는 인식이 퍼진 데다 대학입시 논술 바람이 촉매제 역할을 했다. 아침독서부터 독서토론, 독서마라톤, 독서멘토링까지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정규 수업에 녹아든 독서교육, 독서를 통한 창의인성교육은 새로운 트렌드다. 온라인과 접목한 독후활동도 부쩍 눈에 띈다. 특히 학교도서관 현대화사업으로 새 단장한 도서관을 활용한 수업이 늘고 있다. 교과교사와 협동수업도 한다. 학부모와 함께 밤샘독서캠프를 열고, 지역주민이 도서관 문화교실에 참여하면서 도서관이 학교와 지역, 가정을 잇는 가교가 되고 있다. 유치원 도서관 만들기도 트렌드로 떠올랐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휴먼 소프트웨어’인 사서 교사가 부족해 학부모 자원봉사자나 도서부원이 역할을 대신하고 있어서다. 이색 독서교육으로 눈길을 끄는 초·중·고를 직접 찾아가봤다.
01. 서울 송곡고 도서관 활용 수업. 이 수업은 영상을 이용한 조별 발표가 가능하고, 수업 중간에 책이나 사전을 가져다 읽으며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젠 수업도 도서관에서… 서울 송곡고 ‘도서관 활용 수업’ 서울 송곡고(교장 김한경) 가람관은 지역주민 개방 도서관답게 도로에 맞닿아 있어 주민들이 접근하기 편하다. 정보관 2층에 터를 잡아 학생들도 점심시간마다 드나들기 편리하다. 450평의 넓은 공간에 장서가 2만3,000여 권이나 된다. 9월 9일 오전 9시30분, 가람관에서 2학년 11반 중국어 수행평가가 진행됐다. 학생 6명으로 구성된 4조가 발표한 주제는 ‘중국의 요리.’ 스크린에 요리 사진이 좌르륵 넘어가는 가운데 마이크를 잡은 김홍균 군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개그맨 박휘순이 화면에 떴다. TV 인기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베이징 전통식으로 장작불에 3∼4시간 훈제하는 요리입니다. 어떤 요리인지 아시는 분?” 김군이 퀴즈를 내자 학생들이 손을 번쩍 들었다. “북경오리요!” 박휘순은 ‘제3세계’ 코너에서 북경오리를 맨손으로 잡는 육봉달 캐릭터로 등장해 인기를 얻었다.
02. 서울 송곡고는 교사 60명이 독서 멘토로 활동하며 독서멘토링 도서 60권도 직접 선정한다.
김군은 요리에 얽힌 역사와 인물이란 주제를 소화하기 위해 친구들과 도서관에서 책을 섭렵하고 컴퓨터로 시각 자료를 만들었다. 이어 발표한 5조도 마찬가지. 학생 7명이 중국 무술을 소개하려고 일찌감치 도서관을 드나들었다. 정무웅 중국어 교사는 “도서관 활용 수업은 영상을 이용한 조별 발표가 가능하고, 수업 중간에 책이나 사전을 가져다 읽으며 자유롭게 공부한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문, 일본어, 물리, 지구과학도 도서관 활용 수업을 한다. 도서관에선 별별 문화행사가 열린다. 10월만 해도 가람시네마데이, 영어논어낭송대회가 마련돼 있다. 11월 5일 송곡가람독서캠프를 앞두고 온돌방도 꾸밀 계획이다. 문화교실에선 민화, 다도, 합창 강좌가 열린다. 가람합창단은 예술제 출연도 하고 요양원 위문공연도 다닌다.
03. 송곡고 학생들은 독서감상화, 마인드맵,독서 포트폴리오 노트 등의 독후활동을 한다.
8월 도서관축제 때 도서관 UCC를 선보였던 2학년 이영원 군은 “중학교 땐 1년에 고작 3권 읽었는데 지금은 한 달에 두세 권씩 읽는다.”며 웃었다. 독서멘토링도 자랑거리다. 이성애 사서교사는 “교사 60명을 독서 멘토로 활동한다.”며 “독서멘토링 도서 60권도 직접 선정한다.”고 전했다. 멘토는 15∼20명의 멘티와 한 학기 한 권씩 독파한다. 학생들은 독서감상화, 마인드맵 등 3편 이상 독후활동을 한다. 김한경 교장은 “책 읽는 분위기를 만들어 인성교육에 큰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나도 어엿한 꼬마 작가”… 대구중앙초 ‘1인 1책 쓰기’
대구중앙초(교장 이재순) 4학년 어린이들은 10월 7일 열릴 작가캠프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캠프만 마치면 어엿한 ‘꼬마 작가’로 명함을 내밀 수 있어서다. 아이들은 요즘 ‘상상의 날개를 달고 동화 속으로’를 주제로 12쪽짜리 그림책이나 15쪽짜리 짧은 동화책을 만들고 있다. 캠프에는 또래 작가 도서 탐색, 나만의 책 기획하기, 책 표지 꾸미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지난 학기부터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독서와 글쓰기로 기초를 다지고 자료 찾기부터 자유탐구활동 보고서 작성까지 알찬 준비 단계를 거쳤다. 1학년은 ‘하늘 담은 그림 동화’, 2학년은 ‘꼬마 작가의 꿈여행’, 3학년은 ‘내가 펼치는 이야기보따리’, 5학년은 ‘내 마음의 보석상자’, 6학년은 ‘내 인생의 첫 책 쓰기’를 주제로 작가되기 실전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2009년 3월부터 시작된 1인 1책 쓰기를 통해 아이들의 창의력과 사고력이 부쩍 높아졌다.
04.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미리 정보를 찾고 스스로 준비할 때 학습효과도 높다. 인천 부흥중 학생사서가 책을 대여해주고 있다.
처음에는 글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들 때문에 난감한 일이 많았다. 일부 학부모는 학교로 항의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교사들은 ‘샘솟는 생각 맛있는 책 쓰기’란 제목의 워크북을 만들어 흥미를 북돋웠다고 한다. 이선영 교육과정부장은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지금은 스토리가 자산이 되는 드림소사이어티”라며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한 권의 책을 만드는 책 쓰기 활동은 미래지향적인 교육”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아이들이 쓴 책만 봐도 순수함과 재기가 엿보인다. 계란국 NSE 보안부장 피살사건을 다룬 『닥터 에그(Egg)의 사건파일』(전이훈), 시간여행을 다룬 『미지의 결계』(유동림), 쓰레기통에 빠진 천원의 이야기를 다룬 『천원의 가치』(김한동) 등이 완성됐다. 4학년 박효민 양은 “스토리보드를 짤 땐 힘들었지만 글 쓸 때마다 멋진 생각이 떠올라 신이 났다.”며 환히 웃었다.
생활 속 독서습관 기르기… 부산신선초 ‘독서두루마리’
05. 인천 부흥중 푸른서랑 도서관에선 매주 16~18시간 도서관 활용 수업이 이뤄진다. 사서교사-교과교사 협동수업은 교사한 명이 한 학기에 1회 이상 하고 있다.
부산신선초(교장 심태호)는 지난해부터 독서두루마리 교육을 하고 있다. 강해숙 교육과정부장이 개발한 ‘독서두루마리’는 크게 ‘독서체험 두루마리’와 ‘독서논술 두루마리’로 나뉜다. 독서 체험 두루마리는 아침, 점심, 방과 후 짬을 내어 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고 도서관 이용 마일리지를 쌓으면 매년 학급당 3명을 뽑아 도서상품권을 준다. ‘도전 24시간 리딩 데이’, 창의적 체험활동 전일제 운영을 통한 서점 체험, 5월의 도서관 축제 프로그램도 있다. 강해숙 교사는 “맞벌이하느라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한 학부모나 지역주민이 매달 도서관에 와서 독서삼매경에 빠진다.”며 “야간에 도서관을 개방하는 ‘별보며 달보며 독서하는 밤’을 통해 학교와 지역사회에 책 읽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주로 고학년이 대상인 독서논술 두루마리는 다양한 독서와 논술 전략 프로그램을 국어 교육과정에 맞춰 운영한다. 아침마다 20분씩 교사들이 아이들과 함께 교실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 반별 독서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3학년 1반은 ‘독서알 깨기’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책을 읽은 후 자신이 읽은 부분을 한 문장으로 적는데 100권의 책을 읽으면 선물을 준다. 강 교사는 “독서교육이 강화되면서 다독문화 조성은 성공했다. 하지만 정독 습관을 기르지 못한 아이들이 많다.”며 “제대로 독서하는 습관을 길러주려고 교과활동 시간과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연계해 독서하는 독서두루마리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독서두루마리 프로그램은 지난해 부산시교육청 2050독서운동 실천사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책’ 활용으로 수업 질 UP… 인천 부흥중 ‘사서교사 협동수업’
인천 부흥중(교장 김태숙) 푸른서랑 도서관에선 매주 16∼18시간 도서관 활용수업이 이뤄진다. 사서교사-교과교사 협동수업은 교사 한 명이 한 학기에 1회 이상 하고 있다. 1학년은 창의체험활동, 2·3학년은 창의적재량활동 시간을 이용해 일주일에 한번 도서관에 한 시간 이상 머물며 책과 함께한다. 학급 수업시간이 겹치면 두 반이 동시에 하거나 자료를 대출해 한 반은 교실에서 수업한다. 예컨대 국어교사-사서교사 협동수업에선 시에 담긴 정서와 분위기를 그림, 음악, 인터뷰, 공익광고, 역할극 형태로 표현활동을 했다. 사서교사는 학생들이 매체를 이용해 정보를 찾아 정리하고 새로운 정보를 만드는 전 과정에 관여한다. 허우정 사서교사는 “공익광고를 만들 경우 학습 주제인 시(詩)의 심상을 표현하기에 적당한 광고 형식 찾기부터 동영상을 만들기 위한 스토리보드 제작법을 알려주고, 동영상 만드는 법까지 지도한다.”며 “사진 이미지를 편집하고 다양한 효과와 장면 전환을 해보면서 동영상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충실할 수 있도록 영상을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수업시간에 모두 해결하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 방과후 시간도 활용한다. 1∼2주일 후 마지막 수업시간에는 발표회와 함께 학생들이 서로의 작품을 품평한다. 9월 9일 추석 효 체험일에는 국사교사와 사서교사가 10월에 진행할 도서관 활용 수업을 앞두고 학생들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외규장각의궤’를 관람하고 왔다. 허 교사는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미리 정보를 찾고 스스로 준비하기 때문에 체험학습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김태숙 교장은 “창의인성 포트폴리오로 독토(독서토론), 영토(영어토론) 책을 학년별로 발간해 학생들이 활용토록 했다.”고 전했다. 일선 학교 현장을 취재해보니 독서교육은 하나의 큰 흐름이었다. 주목할 점은 사서교사가 있는 학교에서 단연 독서교육이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독서를 통한 학력 향상은 본질적인 목표는 아니다. ‘덤’으로 얻는 소득일 뿐이다. 책을 통해 삶을 즐긴다면 독서교육은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초·중·고에선 그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