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장은주 기자］ 현재 각 학교로 '도서 영업'을 명목으로 독촉전화와 협박전화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교사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A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장애인협회, 노인협회, 내셔널지오그래픽, 시사YBM 등 온갖 협회에서 도서구입 명목으로 학교에 전화를 걸어온다"며 "점잖은 말투로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 생때를 쓰기도 하고 협박까지 일삼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 교사는 "한 협회는 도서구입을 하지 않으면 학교에 피해가 갈 수 있다고 협박을 하는가 하면 '잘 나가는' 명문 고등학교가 왜 자신들의 도서를 구입하지 않느냐 타박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각 학교를 통해 온갖 영업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학교 도서구입 담당을 맡고있는 교사들은 도서영업자들에게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A고등학교는 도서 상품을 먼저 택배로 보낸 뒤 물품 구매서 영수증을 보내와 당황한 적도 있다. 또다른 피해 학교의 경우 '공짜' 상품인 줄 알고 사용했다가 물건값 덤터기를 쓰기도 했다.
학교를 상대로 영업하는 협회들의 경우 고가의 전집류나 연감류를 팔기 위해 학교를 향해 지속적으로 영업을 해오고 있지만 이는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는 학교 특성상 주 타깃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전북 B고등학교의 한 사서교사는 "이들 협회들은 주로 고가의 책들을 발행하고 있는데 식물도감이나 생태도감의 경우 고가이다 보니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는 학교를 상대로 주로 영업을 펼친다"며 "그러나 이들 협회들이 복지사업과 불우이웃을 위해 사용한다 하지만 그 내막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학교를 상대로 한 영업판매는 직접 학교로 찾아와 교무실을 함부로 휘젓고 다니는 등 갖가지 말썽을 부리고 있다.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학교에 잡상인 출입이 너무 함부로 허용된다"며 "2008년부터 있었던 교문 개방화로 인해 학교에 아무런 통제 없이 들어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이들이 들어와도 학부모인지 잡상인지를 구별하기 어려워 교사들도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때로는 교무실을 휘젓고 다닌 뒤 교사들의 지갑이 통째로 사라진다던지, 여교사 혼자만 있는 교무실로 들어와 위압감으로 상품을 강매하게 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도서구입 영업은 사서교사들에게 전적으로 일임해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교사들의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한 교사는 "학교 전화벨이 울리기만 해도 소름이 돋아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며 "학교 예산이 따로 잡혀 있어서 함부로 돈을 사용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책을 사달라고 해 사서 교사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힘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서영업을 하는 협회 측의 입장은 교사들의 주장과는 엇갈리고 있다.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복지사업을 한다는 한 협회는 "협회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교장선생님의 승인에 따라 영업을 하고 있다"며 "절대 일방적으로 영업을 펼치는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교사들이 전화영업 또는 방문판매로 인한 만성스트레스에 쌓일 경우 각종 정신적 증상, 신경증, 신체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며 만성적인 불안감이나 초조함에 시달리게 되면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