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안에 모든 지식과 과학의 보물이 있다
독일, 비블링겐 수도원 도서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에는 괜히 고전 서가를 뒤적이게 된다. 도서관을 배경으로 했던 고전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생각났다. ‘장미의 이름’의 배경은 중세 이탈리아의 수도원이다. 수도원 도서관은 문화 암흑기로 불리던 중세 시대의 기록을 보존하고 필사하여 후세에 전해주는 중요한 임무를 맡아 대학이 나타나기 전까지 종교적 역할과 교육적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이번에는 독일의 역사를 품은 비블링겐 수도원 도서관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 비블링겐 수도원

비블링겐 수도원은 1093년 설립되어 수도사들의 열정적인 학구열과 엄격한 규칙으로 유명하였으나 독일을 무대로 벌어진 신교와 구교 간의 종교전쟁으로 30년 동안 고통받아 왔다. 이후 1714년 수도원 건물의 정비를 시작하였고 지속적인 확장과 변경으로 1744년 아름다운 바로크양식으로 완공되었다. 현재는 수도원 북쪽 별관의 도서관이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가이드 투어가 가능하며 일부는 울름 대학에 소속되었다. 비블링겐 도서관은 2020년 9월 CNN에서 선정한 독일의 아름다운 명소 30선에 선정되었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해외 도서관을 소개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가 들어가지 않은 도서관이 없는 듯하지만, 비블링겐 수도원 도서관 또한 충분히 그 목록에 포함될만하다.
도서관 입구에는 “그 안에 모든 지식과 과학의 보물이 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수도원 도서관이 교육의 역할을 수행했음을 보여준다.
키르히베르크(Kirchberg)의 백작들이 세운 비블링겐 수도원 도서관은 오스트리아 국립 도서관을 모방하여 건설되었다. 단촐한 직사각형 모양으로 내부는 두 개의 층으로 구분되며 서른 두 개의 장식 기둥이 세워져 있다. 높은 천장과 대리석 바닥, 황금장식과 조각 문양, 화려한 프레스코화가 어우러진 공간은 도서관이라기 보다는 마치 웅장한 연회장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비블링겐 수도원 도서관은 로코코 양식의 걸작으로 불린다. 사진은 도서관 홀로 풍부한 조각 장식과 화려한 천장 벽화가 입장하는 방문객을 압도한다. 천장의 그림은 수도원 벽화의 대가인 프란츠 마르틴 퀸의 작품으로 원근법을 이용해 표현되었다. 정 가운데에서 작품을 보았을 때는 무엇을 그린지 알아보기 힘들지만 입구에서 올려다보면 하나님과 어린 양들, 그리고 여성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림 속의 하나님과 여성은 신의 지혜와 지식을 상징하며 주위의 책을 든 아기천사의 모습은 ‘지식은 천국으로, 그리하여 신에게로 우리를 인도한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비블링겐 수도원 도서관이 지향하는 바를 품고 있는 그림이라 할 수 있다.


도서관 곳곳에 비치된 8개의 조각상은 목조상으로 대리석과 같은 느낌이 나도록 채색되었다. 이 조각상은 각각 법학, 자연과학, 수학, 역사 4가지 학문을 의인화한 것이며 순명, 탈속, 믿음, 기도와 같은 수도사가 갖추어야 할 4가지 덕목을 상징한다. 조각상들은 서로 마주 보며 서 있는데 이는 ‘종교와 학문은 결코 둘이 아니고 하나다’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 도서관 일화

오래된 건물이라면 으레 일화는 하나쯤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비블리오 수도원 도서관에도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있는데, 바로 귀신이 나온다는 것이다. 성스러운 수도원에서 귀신이라니 무슨 말인가 싶지만 재미로 봐주었으면 한다.
18세기 요하네스라는 이름의 사제가 비블링겐 수도원에서 어느 여인에게 고해성사를 받았다. 나이가 많고 건망증이 있던 요하네스는 이를 메모로 남겨두었고, 그 쪽지를 책 속에 안전하게 보관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책을 도서관의 선반 중 하나에 다시 꽂아두었다. 얼마 후 요하네스는 자신에게 맡겨진 고백을 까맣게 잊어버린 채 사망했다. 이후 유령이 된 요하네스는 쪽지가 든 그 책을 찾기 위해 매일 밤 도서관에서 책을 찾는다고 한다.
요하네스 신부의 유령이 죽어서도 책을 찾는 이유는 성직자에게 맡겨진 절대적인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다. 고해성사의 비밀을 어길 시 엄중히 처벌될 수 있기 때문에 고백이 든 책을 잊어버린 요하네스 신부는 죽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밤마다 책을 찾고 있다.
■ 비블리오 수도원 도서관의 도서
비블리오 수도원 도서관에는 약 15,000여 권의 장서를 소장하고 있었지만(현재에는 얼마 안되는 작은 도서관의 느낌이지만, 당시에는 책이 아무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귀중품이었으며, 책을 소장하기 위해 필사를 했어야 했던 만큼 그 시대에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도서관이었다.) 현재는 대부분 슈투트가르트로 옮겨지고 몇 백 권의 책만이 남아있다고 한다. 따라서 도서관 프로그램 보다는 가이드 투어를 중심으로 전시관 느낌을 주고 있다. 때로는 이렇게 아름다운 도서관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자 료 출 처- (1) 수도원 도서관 :https://ko.wikipedia.org/wiki/%EC%88%98%EB%8F%84%EC%9B%90%EB%8F%84%EC%84%9C%EA%B4%80 (2) 비블링겐 수도원: https://en.wikipedia.org/wiki/Wiblingen_Abbey (3) 비블링겐 수도원 홈페이지 : https://www.kloster-wiblingen.de/erlebnis-kloster-garten/kloster-garten/gebaeude/bibliothekssaal (4) 독일 비블링겐 수도원 도서관: https://kmmedlib.tistory.com/89 (5) 유럽의 수도원 도서관 :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dibrary1004&logNo=30185454099 (6)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독일 "비블링엔 도서관" : https://blog.naver.com/hir0123210/222320558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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