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와 이야기하기 글쓰기를 가볍게 접근하게 하는 책들 소개.. 2009-02-21 07:23:13  
 
  이름 : 이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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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판저널의 원고청탁을 받고 쓴글인데요!!! 출간되기도 전에 이렇게 공개하면 뭐라고 하실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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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수다 떨기

이덕주( 송곡여고 사서교사)

도서반 아이들과 독서토론을 하자고 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무게를 잡는다. 사실상 벙어리가 된다. 어쩌다 꺼내놓은 말은 교과서적이거나 신문사설같기도 하고 하여간 딱딱하다. 입이라도 벙긋하는 아이들도 극히 제한적이다. 이런 장면을 이미 경험했거나 익숙한 교사라면 아이들에게 이렇게 접근들을 한다. “야 우리 오늘 수다 한판 떠는 거야, 어제 본 드라마 <꽃보다남자>를 갖고 F4의 연기에 대해서, 소품에 대해서, 작가의 구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듯이 그냥 수다를 떠는 거야. 우리가 무슨 100분토론에 출연하는 것도 아니고 동네 아줌마, 아저씨 술자리에서 수다 떨면서 스트레스 푸는 것같이 말이 꼬여도 좋고 주어동사가 안 맞아도 되고 횡설수설해도 되니까. 생각을 나오는데로 일단 뱉어내보자고 ” 하면서 한판 너스레를 떨면 그제서야 용기있는 몇 아이들의 말문이 열리고 그저 말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칭찬받고 이러면, 나도 할 수 있는 수다로 격려를 받는 걸보면 그제서야 서로 이런 수다 저런 수다가 떨어지면서 급기야는 마칠 시간이 되어도 아이들의 수다는 그치지 않는다. 그러면서 상대방 속에 있는 세계도 알게 되고 나의 이야기도 어느새 침튀기면서 나가게 된다. '이게 봐로 독서토론인 것을' 하며 흐믓해하던 교사 조금 욕심을 낸다. “얘들아 지금 니네가 하는 이야기 수다 참 멋찌다. 그런데 이걸 기록으로 남기면 좋을 것같아. 나누어준 유인물의 질문 밑에다가 좀 적거나 메모하면서 계속 수다떨어봐라.” 하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들은 조용해진다. 한마디로 조심스러워진다. 심지어 이미 끄적거려 놓았던 내용조차 지워버리기도 한다. 

독서토론은 수다같이 하자고 하면 잘 하는데, 글쓰기 까지는 안될까? 요건 어떻게 접근하지 하던 차에 <청소년을 위한 자유로운 글쓰기- 쫄지마, 글쓰기는 유쾌한 수다 떨기야!, 김주환(양철북)> 라는 신간을 발견하게 되었다. 역시 국어교사답게 치열하게 현장에서 고민한 내공과 아이들이 만들어준 글재료가 풍부하게 담겨있다.
“은미야 내가 시하나 읽어줄게” “됐어요! 전 시 관심 없어요” 이런 아이에게 위책에 첫 번째로 수록된 학생의 시를 읽어줬다.
<시제목: 시험   
            이준영(장위중2)
미쳐버려
미쳐버려
시험때매
미쳐버려
존나맞아
존나맞아
(후략) >
시를 듣던 도서반 학생은 귀가 번쩍 뜨이는지 내가 읽어주던 책에 달라붙어 직접보며 “이거 재미있내요” 하다가 아예 책을 내손에서 가져가 버렸다. 도서반 이면서도 책을 별로 안보고 저는 일하는 게좋아요 하며 동방신기에만 빠져있던 은미였는데 책을 스스로 빼앗아가서 볼 정도면 글쓰기는 유쾌한 수다떨기야 라고 유인한 제목의 의도가 성공한 책이다.
글쓰기를 두려워하거나 고민하는 학생들에겐 그동안 <글힘돋움, 정우기, 예영커뮤니케이션>과 <문장력향상의 길잡이, 서정수, 한국문학도서관> 같은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고전적인 책들을 권해주었었다. 좋은 글쓰기에 대한 목적의식이 있고 기초를 튼튼히 하고 싶은 학생에겐 분명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그러나 애초에 “난 논술보는 대학에 갈것도 아니고 무슨 글쓰기를 따로 더 배울 필요가 있어?” 하는 학생에게 “너의 모든 낙서, 댓글, 너의 일상 이야기, 서론 본론 결론 이런거 너무 신경쓰지 말고 그냥 수다 떨듯이 너의 삶을 솔직하게 늘어 놓으면 되는거야.” 하는 말은 아이들에게 먹히는 것 같지 않았다. 

“논술은 대학갈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전달하고 나를 표현 할 수 있어야 되잖아. 니가 혹시 억울한 일이라도 당하면 그걸 인터넷에 올리거나 기자한테 잘 제보라도 할 수 있어야 되잖아.” 하면서 글쓰기의 중요함을 이야기하면서 수다떨기부터 시작해서 글로도 써보기로 나아가려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논술 기출문제를 한번 풀고 나면 글쓰기는 논술시험볼 아이들이나 하는 것이고 나와는 거리가 먼 많이많이 어려운 것들이야 하고 생활글쓰기까지 덮어버리게 된다. 오히려 논술시험이 없을 때는 아이들이랑 이런 저런 쓰기 활동을 많이 하기도 했는데, 차라리 요즘 영어가 뜨면서 논술학원도 몰락하는 이때가 다시 아이들과 글쓰기 활동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시기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책읽기에 관하여는 뭐니뭐니해도 <모티머 J. 애들러>의 책을 아이들에게 준다. 요즘 아이들에게 좀 어려운 듯해도 포수가 투수의 공을 잘 잡아내도록 애쓰듯이 집중해야 하는 자세나 갈래별로 다른 종류의 책을 보는 법이나 여기저기서 읽은 내용들을 종합하는 과정까지 여러 판본이 계속 출간되듯이 이 저자의 책은 책읽기의 고전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고등학교 <독서>교육과정을 만들고 교과서를 편찬하고 지금도 이분야의 대가라고 인정받고 있는 교수님께 독서교육에 대한 자문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 <모티머 J. 애들러>를 단호하게 모른다고 하셨다. 지금도 의문이다. 정말 모른 걸까? 그냥 학문적인 글이나 체계적이 아니라고 하거나, 하여간  독서교육을 한다고 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정말 먼 거리들이 있다. 요즘은 애들러의 책이 너무 고리타분한거 아니에요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 하는 아이들에겐 <책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 이권우, 그린비>를 권한다. 분명 내가 알고 있는 아이들에겐 가볍지도 쉽지도 않은 책이라고 생각되는데 아이들은 읽는다. 난 지금도 완독하기 보다는 만만한 장 한두개를 읽는 걸꺼야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아이들에게 결정적으로 월간 <작은책>을 내민다. 여기에 실린 할머니, 아줌마, 노동자, 학생들의 글을 보자고 그래도 아이들은 시큰둥하다. 결국엔 “야 여성시대에 사연이라도 보내고, 경품주는 사이트나 팬클럽 카페에 재미있게 잘 써 올려야 뭐 하나라도 건지고 선물도 받을 것 아니니” 하면 그때서야 아이들 눈이 좀 커지는 것 같다.

이덕주
송곡여고에서 도서관만을 전담하면서 학생들에게 책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을 한다. 주로 도서반 친구들과 함께 좌충우돌하는 재미로 아 요즘은 동료 교사들에겐 도서관의 자료를 활용한 수업을 하자고 조르며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