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달중이를 만나다 2007-10-18 08: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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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돌에서 펴낸 '청소년 철학소설' 시리즈 2편인 '퇴계, 달중이를 만나다'는 철학 박사 김영우와 국어국문학과 출신의 김은미 부부가 펴낸 책이다. 책은 권달중이라는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여러가지 사연으로 안동 여행을 가면서 시작된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기행문 처럼 쓰여져 있고 그 내용도 211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이며 전개가 쉽다.
철학소설 시리즈라기 보다는 단순히 성리학과 퇴계선생, 퇴계선생이 머물고 제자들을 가르쳤던 안동에 대한 기행문이라는 느낌이 많이 든다. 물론 중간중간에 성리학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나오기는 하지만 왠지 부족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읽어가는 동안 성리학의 철학적 논의 보다는 '퇴계선생과 안동의 문화재에 익숙해 지기'가 주제인 듯한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 만약 작가들의 의도가 그것이었다면 '청소년 철학소설'시리즈에 하나로 들어가지 않고 별도의 단행본으로 나오는게 더 합당했다고 보여진다. '철학'이라는 말 때문에 어떤 철학적 안내를 기대하고 읽게 된다면 실망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성리학을 접해보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맛보기 식의 간단한 안내서는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내용 전반에 흐르는 퇴계이황 선생님에 대한 존경은 딱딱한 교과수업에서의 주기론, 주리론에 대해서 배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조금은 옅어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번쯤 읽고 줄치고 열심히 외웠던 조선시대 성리학에 대해서 보다 다정한 시선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안동이라는 도시도 '퇴계 달중이를 만나다'를 읽고 간다면 그냥 우두커니 자리만 지키고 있는 한옥집, 정자라는 느낌이 아니라 이전에 우리의 선조들이 공부하고, 연구하고, 운동도 했던 그런 공간으로 마음에서 부터 그 분들과 닿을 수 있는 곳이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과서의 내용을 기반삼아 성리학, 퇴계 이황의 철학적 사상에 대한 소개를 좀 더 폭 넓게 해 주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었다면 성리학에 대한 이해가 더 쉬워지는데 도움이 주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물론 더 파고 든다면 학생들에게 어려운 내용이 되었을지도 모르나 도표나 그림 등을 이용하고 그 수준에 맞게 쉬운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또는 아예 안동의 다양한 문화재들을 조금 더 심도있게 설명하고 그 사진들을 싣는 방법도 흥미로왔을 것 같다.
마치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한꺼번에 먹을 수 있어서 좋지만 왠지 그 맛이 부족한 뷔페처럼, 이것저것 다루고 있지만 피상적이어서 정작 제대로 뭔가를 이해했다는 기분은 부족해서 아쉬움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