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고딩들의 일본탐험기 2008-04-15 14:09:58
이름 : 김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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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1755
도서관 이야기 5월호 게재예정입니다.
김영민 외 지음. 푸른길. 2008
‘以心傳心’. 민사고 4인방의 거침없는 일본 탐험기.
국가청소년위원회의 ‘대한민국 청소년, 일본탐험대“에 선발된 민사고 학생 4명의 일본 고등학교 탐험기. 일본에 가고 싶다!! 일본 고등학생을 만나고 싶다!! 일본의 진짜 초밥을 먹고 싶다!! 그래서 우리는 일본으로 간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항상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고민거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키울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고들 하지만 공부도 잘 했으면 좋겠고, 운동도 남들만큼은 했으면 좋겠고, 성격도 원만해서 다양한 사람들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축제에서 멋지게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학생들을 보면 악기도 하나쯤은 해야겠구나 하는 바람이 또 하나 추가된다. 이 모든 것을 갖춘 학생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 지나친 욕심을 놓기가 또한 쉽지 않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놓치고 싶지 않은 바람은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할 수 있고, 자기가 할 일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4명의 학생들은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이상적인 학생’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민족사관고등학교 학생 4명이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주최한 ‘대한민국 청소년, 일본탐험대’에 관심을 가지고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는 이름의 팀을 만들어 참가했다. 그리고 준비과정을 거쳐 대표로 선발되어 일본탐험을 한다. 그 일본탐험의 경험을 기록하여 한 권의 책으로 만든 것이 “거침없는 고딩들의 일본 탐험기”이다.
여기까지 설명만 들어보면 그냥 잘나가는 학생들이 자랑하며 늘어놓는 일본 여행담 정도로만 들릴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의 영재들만 모인다는 민족사관고등학교 학생 4명이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주최하는 국가적인 행사에 참가신청을 해서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일본을 여행하고, 그 경험을 책으로 만들었다는 얘기만 들으면 그렇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런 예상과는 달리 이 책의 저자인 네 명의 학생들은 너무나 평범하고 친근한 고등학생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책 제목 그대로 거침없이 자신들의 진솔한 모습과 좌충우돌 실수담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청소년, 일본탐험대’에 관심은 있었지만 머뭇거리고 있던 정다은, 작년의 실패로 도전을 망설이는 박해인, 그리고 친구의 제안과 진짜 초밥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로 참가하는 정수화, 기존 팀원의 이탈로 마지막에 참가하게 되는 김영민. 주인공들의 모습은 인간적이고, 참가 동기가 어처구니없기까지 하다. 일본을 탐험하는 과정의 모습도 치밀함 또는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다.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여권을 분실하고, 늦잠을 자서 방문해야 할 학교와의 약속시간을 지키지 못하기도 한다. 팀원끼리의 갈등으로 언쟁이 벌어지는 것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모습이다. 때로는 일본탐험의 주제와는 거리가 먼, 음식과 개인적인 관심 분야에 대해 몰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평범함 속에서 학생들의 문제해결 능력과 도전정신을 문득문득 발견하는 것은 이 책이 담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국가청소년위원회의 ‘대한민국 청소년, 일본탐험대’에 참가하기 위해 팀을 구성하고, 지원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2부에서는 실제 일본을 방문해 일본의 문화를 경험하고, 일본의 학교를 방문한 내용의 기록이다. 3부에서는 일본 방문 후 결과물을 작성하고, 학교의 학술제에 참가하고, 책을 만들기까지의 우여곡절에 대한 내용이다. 책의 모든 부분이 의미가 있지만, 가장 큰 강점은 1부의 참가신청의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다른 책에서는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생생한 참가준비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1부에서 4명의 학생들이 일본탐험대에 참가하는 과정을 보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자기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도전목표를 찾고 있던 아이들은 ‘일본탐험대’라는 목표를 찾아내고 자신의 정보망을 이용해 팀에 필요한 능력을 가진 4명의 친구를 찾아낸다. 팀을 만들고 난 후에는 팀이 어떻게 해야 선발 될 수 있을지 적합한 주제를 찾아 난상토론을 벌이고 자신들만의 주제를 찾아냈다. 그 주제는 바로 일본의 ‘일관교육시스템’이다. 4명의 팀원이 각자의 역할을 분담해 사전조사계획서를 작성하며, 일본의 고등학교에 방문허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고, 한일합동교육연구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학교선생님들께 추천서를 받는다. 이 모든 과정을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한달 남짓 동안에 해냈다.
저자들이 준비기간 한 달 동안 경험한 것은 도전이다. 주제선정, 계획서작성, 외부기관에 협조 요청하기, 추천서 받기 등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에의 도전이다. 4명이 토론을 통해 주제를 선정하는 과정에도 많은 갈등이 있어 주제 선정과정에서 한 명이 이탈하여 새로운 팀원을 영입하기도 한다. 일본의 고등학교 방문을 요청하지만 거절당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국가청소년위원회와 학교장의 공식공문을 요청해서 다시 도전한다. 어려움이 계속되지만 거침없이 계속 도전하며 결국 문제를 해결한다. 내가 하고 싶고, 내가 해야 할 일이기에 문제해결의 방법을 찾고, 또 찾는 것이다. 나는 이 점이 민사고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
2부에서는 일본문화에 대한 10대의 진솔한 시각을 볼 수 있다. 8박 9일간의 일본 체류기간 동안 경험하고 발생한 일들을 숨김없이, 4명이 서로 다른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본 학생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방문한 하라주쿠에서는 박해인과 김영민이 일본문화에 대한 이해 차이로 갈등을 빚고, 와세다고교 방문에서는 엉겁결에 검도동아리에서 굴욕을 당하기도 한다. 정수화와 정다빈은 초밥과 스타벅스, 푸딩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웃음을 주며, 한편으론 박해인은 일본 지하철에서 보여준 용감한 모습을 통해 어른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일본에서의 거침없는 용감한 일본문화 경험을 4명의 학생들이 각기 다른 시각으로 설명하고 있어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3부는 일본 탐험기를 정리하는 과정이다. 보고서를 작성하고, 학교 학술제에 참가하기 위한 논문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이 책을 출판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단순한 여행 또는 경험으로 끝날 수도 있는 일본 탐험이 완성되는 과정이다.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4명의 학생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원고를 보낸 로맨티스트 정수화, 끝까지 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박해인, 예리한 지적 능력을 보여주는 김영민, 막강한 추진력을 가진 정다은.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학생들이지만 모두 도전정신과 책임감을 가지고 멋있게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처음 책을 읽으면서 정리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4명이 균등하게 자신들의 얘기를 하기 위해 책이 산만한 것은 아닌가란 생각도 했다. 하지만 다시 책을 읽으면서 바로 그 점이 이 책의 강점임을 알 수 있었다. 하라주쿠에 대한 생각의 차이를 박해인과 김영민이 각각 말함으로써 각자의 생각 차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4명의 저자 모두가 거침없이 솔직하게 자신들의 얘기를 함으로써 살아있는 글을 만들고 있다. 모험심 가득한 학생들의 모습은 읽는 이에게 즐거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책의 ‘에필로그’를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민사고 학생들의 학업 이외의 생활과 활동을 잘 살펴볼 수 있다. 의욕적인 정다은, 신중한 박해인, 믿음직한 김영민, 자신의 색깔이 분명한 정수화, 제 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새로운 목표를 찾아 도전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할 줄 알며,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는 것이다.
4명의 저자는 모두 미국 명문대학에 합격했으며 2008년 9월 입학할 예정이다. 김영민군은 UC Berkeley, 박해인양은 Swarthmore College, 정다은양은 Washington University in St.Louis, 정수화군은 University of Chicago에 진학할 예정이다.
해인이로부터 처음 책을 받았을 때, 조금 유치해 보이는 표지와 그 표지위에 익숙한 아이들의 조그만 얼굴 사진을 보며 책을 펼쳤다. 그리고 지금까지 읽은 우리 학생들, 그리고 특목고 학생들의 글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 다소 산만한 느낌은 들지만 학생들의 글이 주는 살아있는 표현에서 아이들의 호흡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책의 서평을 쓴다는 것이 약간 망설여졌다. 하지만 잘난 척 하지 않는 진솔한 글을 읽으면서, 다른 학생들도 이 책을 읽으며 실수를 하더라도 거침없이 실천해보는 경험의 기회를 가지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며 책을 추천한다.
<참고>
일관교육시스템이란 일본만의 독특한 제도로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까지 둘 이상이 학교가 같은 재단에 소속되어 있는 시스템이다. 같은 재단의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무시험으로 같은 재단의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혜택이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본의 게이오대학과 와세다대학도 일관교육시스템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