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의 아름다움과 마력
‘빨강’은 아름다운 색이다. 열정과 사랑 그리고 무언가 순수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빨강이 갖는 어두운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은 빨강을 떠올리면서 무언가 불순하고 폭력적이고, 금기시 되는 일들을 더 자주 연상하곤 한다. 열여덟 남고생의 심리나 행동 묘사가 풍부한 이 책의 초반에도 빨강에 대한 어두운 이미지 때문에 나는 몇 번이고 책을 놓아버릴까 고민하기도 했다. 빨강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의식되어 이 책을 과연 청소년들에게 맡겨도 될까 하는 혼자만의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끊어질 듯 다시 연결되는 스토리에 빠져들며 어느덧 훌쩍 반을 넘기고 있었다. 사고로 정신연령이 7살에 머물고 만 아버지를 책임지고, 실의에 빠진 어머니를 위로하고, 무너진 가정 경제를 일으켜야 하는 입장에 처한 주인공 길동이 겪는 내면적 갈등과 스트레스는 우리 아이들이 쉽게 경험해보지 못하는 경험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같은 양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결코 같은 마음의 아픔과 성장의 계기가 되지 못하는 삶의 경험 말이다. 어릴 적 유괴당한 경험이 있다는 미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 경험은 누구나 하는 경험은 아니다. 그래서 당사자는 괜찮아졌는데도 주변에서 다르게 다한다. 특별한 대우를 받는 건 알고 보면 그리 유쾌하지 않음을 우리도 생활 속에서 느낀다. 그렇기에 성장기의 예민한 시기엔 오히려 그런 대우가 우리 아이들을 더 구석으로 몰아가는 결과를 낫기도 한다. 아이들이 어떤 경험을 가졌든 기본적으론 있는 그 자체로 아이들을 대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조심스럽게 되새겨보았다. 성희롱이나 성폭력 사고가 일어난다고 해서 ‘성’에 대한 금기사항만 언급할 것이 아니라 ‘부디 아름다운 사랑을 하기 바란다.’는 국어 선생님의 말씀처럼 아름다운 성의식을 갖도록 도와주고, 야동에 빠져드는 청소년들이 보다 건전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함을 기억하자. 그것이 ‘삶’을 올바로 즐길 줄 아는 첫 단추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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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매운 맛에 빠져 있다. 야동을 대체해서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매운 맛에 빠진 건 아니다. 자꾸 먹다 보니 좋아졌다. 미령의 말처럼 삶이 지루하거나 내 앞날이 불투명 유리처럼 뿌옇거나 누가 내 다리를 걸어 나를 넘어뜨려 주었으면 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매운 음식이 당긴다.”는 구절을 우리 아이들에게 꼭 읽어주고 싶다. 성적인 욕구를 해소하는 방법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맛을 가진 ‘삶’에서 진짜 매운 맛을 알면, 다른 맛을 더 잘 알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와 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