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게임이란 모호성이 가진 마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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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다음 글자를 찾아 저만치 달려가는 마음의 속도를 제때 따라가지 못하는 내 시선에 답답함을 느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계속해서 말이다. 내가 평소 추리소설을 읽지 않는 이유는 나름대로 결과에 대한 예측이 가능했기에 시시함을 먼저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소설 <진실게임>은 뭇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추리소설만큼의 경지는 분명 아니지만, 아득한 안개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의 마력을 가진 책이었다.
누구나 한번쯤은 ‘진실게임’을 하며 때로는 마지못해 마음을 드러내고 싶었거나, 다른 이의 마음을 공개적으로 열어볼 수 있다는 것에 말괄량이 악동같은 흥미를 느껴본 적 있을 거다. 내가 경험한 건 일종의 설렘과 재미로 해본 진실게임이 전부여서 저자가 느꼈다는 강압적인 규칙이란 것엔 동의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점점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재영이나 재영이 엄마의 경험과 삶에 대한 태도를 이해하기 위해 이 엄숙하고 강압적일 것 같은 게임에 빠져들어야만 할 것 같았다.
고향임에도 극도로 싫어한 재영이 엄마인 강소윤, 추스릴 수도 없을 정도로 건강이 나빠진 아르테미스, 원망과 한을 품은 채 긴 세월을 보낸 은영, 그리고 유서하나 없이 세상과 작별인사를 해버린 황보영은 그들이 가진 각자만의 진실 앞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고 긴 세월을 흘러 보낸다. 그리고 그 세월의 끝이 재영이와 재서에게까지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아는 진실을 부정할 수 있는 자가 있을까? 작가는 그런 질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부정하는 것과 동시에 더 이상 진실은 진실이라 이름붙이지 못한다. 그러기에 서로 다른 모양의 진실이 만들어지고, 갈등은 깊어만 한다.
고질적인 상처는 완치가 어렵다면 덜 아프게 도와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어른들의 갈등은 한창 아이들답게 자라야 할 우리 청소년들을 더 아프게 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믿는 진실이 ‘진.실.’이라 믿는 마음을 거둘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모호성을 가진 진실! 내가 믿는 진실 이전에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부터 하라는 저자의 충고가 조용히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