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먹고 자라는 아이들?...사서교사는 한명도 안 뽑으면서!
"아이들을 사랑하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사서교사는 학생들에게 더 큰 꿈을 키워줄 수 있는 선생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서교사 티오(TO) 0명. 절망적입니다."
사서교사를 꿈꾸는 한 누리꾼이 블로그에 올린 글의 일부다.
이른바 '노량진녀'라 불리는 임용고시 준비생 차영란씨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만나 교사 임용정원 사전예고제에 대한 대답을 받아낸 후, 임용정원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9월 24일 발표된 '2011학년도 중등교사 임용 후보자 모집정원'에 따르면 전체 채용 인원이 20% 가까이 확 줄어든 데다가 일부 지역, 일부 과목의 경우 한 명도 뽑지 않을 예정이어서, 교사의 꿈을 키워온 학생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학교도서관 사서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좋은 책읽기를 가르치고자 준비해온 예비 사서교사들도 한숨만 쉬고있긴 마찬가지다. 다른 교과목에 비해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2011년 사서교사 TO도 0명이기 때문이다.
◆사서교사 2011년 채용 0명= "학교도서관에서 비정규직 사서로 일하면서 사서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예비 사서교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지영씨(가명)는 사서교사를 한 명도 뽑지 않는다는 발표를 보고 "정말 비통할 뿐"이라고 토로한다.
김씨는 "4년제 대학을 나오고 공부에만 1년반을 투자했다. 또 2년차로 일과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가르칠 과목을 잃어버린 교사들이 단 30시간 정도의 연수를 통해 사서교사 자격증을 발급받고 사서교사가 된다고 한다. 내가 4년간 배운 전공지식은 절대 30시간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예비 사서교사를 꿈꾸는 이현진씨(가명)도 자신의 블로그에 "사서교사 티오 0명.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이번 봄에 고등학교 사서교사로 교생실습도 다녀왔는데 정말 절망적이다"라면서 "사서교사를 준비했던 많은 사람들, 현직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맥이 빠지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한숨을 쉬는 이유는 당장 내년의 채용인원이 0명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서교사 채용인원은 최근 들어 계속 급감해 왔으며, 전문인력이 아니라 비정규직이나 자원봉사자로 떼워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교육정책엔 독서교육에 대한 '이해'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김씨는 "우리나라처럼 학교도서관이 소외받고, 방치되는 나라도 없을 것"이라면서 "이런 나라에 미래가 있다고 할 수 있나"라고 되묻는다. 외국의 경우 학교도서관 중심 '정보활용교육(Information literacy)'을 필수교과로 둘 정도로 중시하는 것과 비교할 때 우리 현실은 너무 열악하다는 지적이다.
20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 도서관 1만1060곳에 배치된 사서교사 숫자는 724곳, 전체의 6.5%에 불과하다. 예비교사들은 "1964년 법적으로 사서교사 자격증이 발급된 지 50년 가까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도서관 운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인력배치는 제자리걸음"이라고 비판한다.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니 학교도서관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독서 지도를 하는 공간이 아니라, 단순히 '도서대여점'이나 '책창고'로 전락해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법제정 후 채용인원 급감= 예비 사서교사들은 2007년 말 처리된 '학교도서관진흥법'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법은 학교가 사서교사를 '둘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어, 사서교사 채용을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으로 만들어버렸다.
실제 이 법이 통과되기 전 사서교사 채용인원이 2006년 154명, 2007명 104명, 2008년 109명이었지만 법 통과 이후에는 2009년 9명, 2010년 24명, 2011년 0명으로 떨어졌다.
그러다보니 학교도서관에는 전문교사가 아니라 계약직이나 일용직, 학부모 자원봉사자 등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올해 7월 현재 기준으로 전국 초.중.고 도서관에 배치된 사서직원 4426명 중 4391명이 비정규직이다. 정식교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이는 당연히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보건교사, 상담교사, 영양교사와 비교해도 사서교사의 경우는 큰 차이를 보인다. 2010년 보건교사는 182명, 상담교사는 99명, 영양교사는 73명이 채용됐고 2011년 채용 예정인원도 보건 101명, 영양 45명, 상담 12명이다.
예비 사서교사들은 이 같은 차이가 빚어진 원인을 '학교보건법', '학교급식법',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등에서 이들 교사를 '의무 배치'하도록 강제하고 있지만, 사서교사는 '임의 배치'로 돼있다는 데서 찾는다. 교직이수를 하지 않아 교사자격증이 없는 인력도 배치할 수 있게 돼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절망감'을 토로하고 있는 예비 사서교사들은 이러한 문제를 직접 해결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들의 모임인 '예비사서교사총연합회'는 23일 오후 2시 30분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사서교사 의무 배치, 학교도서관진흥법 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그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현재를 보려면 시장에,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책읽은 아이들에게서 그 나라의 미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이 말은 한국 사회에선 통용되지 않는 것일까.
<정지영 기자 jjy@vop.co.kr>
저작권자© 한국의 대표 진보언론 민중의소리
사서교사를 꿈꾸는 한 누리꾼이 블로그에 올린 글의 일부다.
이른바 '노량진녀'라 불리는 임용고시 준비생 차영란씨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만나 교사 임용정원 사전예고제에 대한 대답을 받아낸 후, 임용정원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9월 24일 발표된 '2011학년도 중등교사 임용 후보자 모집정원'에 따르면 전체 채용 인원이 20% 가까이 확 줄어든 데다가 일부 지역, 일부 과목의 경우 한 명도 뽑지 않을 예정이어서, 교사의 꿈을 키워온 학생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학교도서관 사서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좋은 책읽기를 가르치고자 준비해온 예비 사서교사들도 한숨만 쉬고있긴 마찬가지다. 다른 교과목에 비해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2011년 사서교사 TO도 0명이기 때문이다.
동화책 읽어주는 선생님 옆에 모여있는 어린이들.(자료사진)ⓒ 뉴시스
◆사서교사 2011년 채용 0명= "학교도서관에서 비정규직 사서로 일하면서 사서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예비 사서교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지영씨(가명)는 사서교사를 한 명도 뽑지 않는다는 발표를 보고 "정말 비통할 뿐"이라고 토로한다.
김씨는 "4년제 대학을 나오고 공부에만 1년반을 투자했다. 또 2년차로 일과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가르칠 과목을 잃어버린 교사들이 단 30시간 정도의 연수를 통해 사서교사 자격증을 발급받고 사서교사가 된다고 한다. 내가 4년간 배운 전공지식은 절대 30시간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예비 사서교사를 꿈꾸는 이현진씨(가명)도 자신의 블로그에 "사서교사 티오 0명.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이번 봄에 고등학교 사서교사로 교생실습도 다녀왔는데 정말 절망적이다"라면서 "사서교사를 준비했던 많은 사람들, 현직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맥이 빠지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한숨을 쉬는 이유는 당장 내년의 채용인원이 0명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서교사 채용인원은 최근 들어 계속 급감해 왔으며, 전문인력이 아니라 비정규직이나 자원봉사자로 떼워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교육정책엔 독서교육에 대한 '이해'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김씨는 "우리나라처럼 학교도서관이 소외받고, 방치되는 나라도 없을 것"이라면서 "이런 나라에 미래가 있다고 할 수 있나"라고 되묻는다. 외국의 경우 학교도서관 중심 '정보활용교육(Information literacy)'을 필수교과로 둘 정도로 중시하는 것과 비교할 때 우리 현실은 너무 열악하다는 지적이다.
20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 도서관 1만1060곳에 배치된 사서교사 숫자는 724곳, 전체의 6.5%에 불과하다. 예비교사들은 "1964년 법적으로 사서교사 자격증이 발급된 지 50년 가까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도서관 운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인력배치는 제자리걸음"이라고 비판한다.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니 학교도서관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독서 지도를 하는 공간이 아니라, 단순히 '도서대여점'이나 '책창고'로 전락해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법제정 후 채용인원 급감= 예비 사서교사들은 2007년 말 처리된 '학교도서관진흥법'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법은 학교가 사서교사를 '둘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어, 사서교사 채용을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으로 만들어버렸다.
실제 이 법이 통과되기 전 사서교사 채용인원이 2006년 154명, 2007명 104명, 2008년 109명이었지만 법 통과 이후에는 2009년 9명, 2010년 24명, 2011년 0명으로 떨어졌다.
그러다보니 학교도서관에는 전문교사가 아니라 계약직이나 일용직, 학부모 자원봉사자 등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올해 7월 현재 기준으로 전국 초.중.고 도서관에 배치된 사서직원 4426명 중 4391명이 비정규직이다. 정식교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이는 당연히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학교 도서관에서 책읽기 삼매경에 빠진 초등학생들.(자료사진)ⓒ 뉴시스
보건교사, 상담교사, 영양교사와 비교해도 사서교사의 경우는 큰 차이를 보인다. 2010년 보건교사는 182명, 상담교사는 99명, 영양교사는 73명이 채용됐고 2011년 채용 예정인원도 보건 101명, 영양 45명, 상담 12명이다.
예비 사서교사들은 이 같은 차이가 빚어진 원인을 '학교보건법', '학교급식법',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등에서 이들 교사를 '의무 배치'하도록 강제하고 있지만, 사서교사는 '임의 배치'로 돼있다는 데서 찾는다. 교직이수를 하지 않아 교사자격증이 없는 인력도 배치할 수 있게 돼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절망감'을 토로하고 있는 예비 사서교사들은 이러한 문제를 직접 해결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들의 모임인 '예비사서교사총연합회'는 23일 오후 2시 30분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사서교사 의무 배치, 학교도서관진흥법 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그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현재를 보려면 시장에,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책읽은 아이들에게서 그 나라의 미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이 말은 한국 사회에선 통용되지 않는 것일까.
<정지영 기자 jjy@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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