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동명 민족사관고 사서교사·학교도서관협의회 정책국장
4월 26일자 B1면 '포퓰리즘 법안 기승'을 읽었다. 외국의 명문 고교들을 방문하면 제일 먼저 견학하는 곳이 학교도서관이다. 학교의 교육상황과 내용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한 외국어고등학교에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라는 국제교육인증프로그램에서 방문한 실사단이 제일 먼저 찾은 곳도 학교도서관이었다. IB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할 수준의 자료와 교육환경을 구비하고 있는지 학교도서관을 통해 확인하고자 했던 것이다.
7차교육과정 이후의 모든 교육과정은 기존 주입·암기식 교육의 한계를 인정하고,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창의적 교육과 학습자 주도의 교육을 추구하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하고, 지식을 기반으로 창의적 학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어디인가? 바로 학교도서관이다. 그동안 버려졌던 학교도서관에 관심을 보이고 부족하나마 예산이 배정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이유에서 지난 2002년 '학교도서관 활성화사업'이 처음 시작됐고 밝은 조명과 소파, 인테리어 단장 등 학교도서관의 시설과 환경도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
그러나 2011년 현재 학교도서관은 다시 죽어가고 있다. 최신 인테리어와 환경을 갖추고도 도서대여점 수준의 역할에 그치고 있다. 학교도서관은 교사와 학생들의 교육적 요구에 부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전문 사서가 절실하다. 그러나 학교도서관 담당자의 80% 이상이 일용직으로, 매년 계약 여부에 따라 학교를 옮겨 다니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도서관진흥법 개정안'은 학교도서관 담당자를 최소한 정규직화 함으로써 전문성을 발휘할 여건을 마련하자는 제안이다. 이런 법안을 포퓰리즘으로 몰아가고 정부 관계자가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가 꼭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무지한 발언을 하는 것은 황당할 뿐이다.
대한민국 학교도서관의 장서 수준과 교육 연계성은 아직 미흡하기만 하다. 학교도서관이 하드웨어에 걸맞은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려면 반드시 전문인력의 배치가 이뤄져야 한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가 요구하는 교육은 학교도서관을 통해 성취될 수 있고, '학교도서관진흥법 개정안'은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